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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2016.12.21 09:51

임동영 조회 수:12

대성당

작가
레이먼드 카버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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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 화자인 '나'는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장님에 대한 이미지는 영화속 장님의 모습, 즉 항상 까만 썬그라스를 끼고 맹인견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전부이고 장님은 자신이 내뿜는 연기를 보지 못하므로 담배를 피지 않는다는 세상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속설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가 그녀의 장님 친구 로버트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것도 1박2일로! 그의 아내가 얼마전에 세상을 떠났는데(그의 아내는 흑인이다) 근처의 친척집을 방문하다가 아내의 초대로 '나'의 집에 들르게 된 것이다. 

로버트와 아내는 매우 친하다. 내가 질투를 느낄만큼... 로버트와 아내는 아내가 시애틀에서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하다가 만났고 그 둘은 금방 친해졌다. 로버트는 아내의 얼굴이 궁금하여 아내의 얼굴을 만진적도 있다고 한다. 그것도 목까지!!아내가 시애틀을 떠난 후에도 그들은 계속 테이프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서 교환함으로써 연락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남들에게 하지 못하는 진솔한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아내가 첫남편과 이혼을 할때에도 그리고 '나'를 만날때에도 그녀는 먼저 그에게 상담을 했다. 

그들의 계속되는 과거 이야기속에서 나는 따돌림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풍성한 저녁식사를 하고 대마초를 같이 피운 다음에서야 로버트와 '나'는 조금 친해진다. 아내가 윗층으로 올라가고 둘만의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텔레비젼을 본다. 텔레비젼에서는 영국인 아나운서가 대성당에 대해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로버트는 화면의 내용을 설명해주기를 부탁한다. 하지만 종교를 믿지 않는 '나'는 대성당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고 그래서 잘 설명할 수가 없다. 로버트는 '나'에게 종이와 펜을 가지고 와서 대성당을 그려보라고 한다. 로버트는 '내' 손 위에 그의 손을 얹는다. 로버트는 대성당을 그리는 '나'의 손을 통하여 대성당을 '느낀다'. 로버트는 '나'에게 눈을 감아보라고 한다. 눈을 감은 두 남자가 함께 대성당을 그리고 느낀다. 로버트는 나에게 다시 나에게 눈을 떠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It's really something"

이 짧은 단편소설에서 레이먼드 카버는 '나'와 로버트를 대조시킴으로써 '교감'에 대한 주제를 던지고 있다. '나'와 로버트는 여러모로 교감하기 힘든 관계에 놓여있다. '나'는 장님에 대한 편견과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더군다나 아내와 너무 친한 그에게 질투심 마저 느끼고 있다. 그의 아내가 흑인이라는 것에 대한 인종적 반감도 있었고 장님친구가 집에 온다고 하니까 "같이 볼링이나 치러갈까?"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또한 아내와 로버트의 대화에서 소외감마저 느낀다.

이런 '나'와 로버트를 연결시켜주고 소통하게 만든 것은 '감각'이었다. 맨 처음 이들을 연결시켜준 것은 음식이었다. 아내가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음으로써 생기는 감각의 공유였다.

 

We dug in. We ate everything there was to eat on the table. We ate like there was no tomorrow.'
 
로버트는 아일랜드 배우인 Barry Fitzgerald의 말을 인용하여 말한다

'When I drink water, I drink water. When I drink whiskey, I drink whiskey.'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먹는 모습과 로버트가 위스키를 마시면서 한 말은 현재와 감각만이 삶의 의미라고 말한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리게 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주요등장 인물이 아닌 주요등장 개 '카레닌'과도 닮아있다. 

시각의 공유가 불가능한 로버트와 나는 대성당을 그림으로써 대성당을 공유한다. 나의 손과 로버트의 손이 닿는 촉감과 대성당의 모습을 따라 그리면서 종이와 펜을 통하여 손에 느껴지는 '구체적인 감각'을 통해서 말이다. 눈을 감고 대성당을 그림으로써 그 구체적인 느낌을 배가시킨다. 그리고 공유하고 소통한다. 두 남자가 손을 잡고 함께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리 아름답지는 않다. 하지만  감각을 통한 공유와 소통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멋진 설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두 남자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던져준다. 모두가 스마트폰과 SNS에 둘러쌓여 있는데 우리는 왜 소통이 안된다고 말하고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할까?  우리의 소통이 너무 추상적이고 표면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SNS에서 이루어지는 '감각'없는 만남이 공허하게 느껴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아무도 SNS를 하면서 It's really something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의 만남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만들어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라는 메시지를 레이먼드 카버는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나같이 영어실력이 미천한 사람이 원서로 읽어도 전혀 문제 없이 술술 읽힌다. 분량도 많지 않으니  레이먼드 카버의 트레이드 마크인 간결한 문체를 느껴보기 위해서 원서로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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