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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2016.10.12 17:52

임동영 조회 수:22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작가
와타나베 이타루
출판
더숲
발매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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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과 자본론이 어떻게 연결이 될까?"


이 책을 서점에서 처음 접했을때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펴낸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은 성공했다. 나같은 독자를 궁금하게 만들었으니까.. 


시골빵집과 자본론이 연결된 것은  저자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저자에게 미친 영향때문이다. 좀 억지스러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젊은 시절 방탕한 삶을 살아가던 저자의 꿈속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재림하시어 빵을 만들어보라고 권유하셨다고 한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지역병원에서 개업을 하는 것을 꿈꾸던 의사였는데 전쟁중에 동남아시아로 가던 전함을 타고가다가 미국에 의해서 침격당해서 전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자본론은 연구원이었던 아버지의 권유로 읽게 되었다고 한다. 이 두 분의 영향으로 저자는 빵집을 경영하는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독특한 철학을 세우게 된다.(이래서 자식에게는 부모의 교육이 중요하다)


저자는 농과대학을 졸업한 후 식품회사에 취직했는데 유기농을 한답시고 원산지 위조 등을 통해서 이윤을 남기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집적 빵을 만들기로 하였다고 한다. 회사에서 만난 저자의 아내 '마리'도 비슷한 이유로 회사에 대해서 협오감을 갖고 있었고 둘은 시골마을로 내려가서 유기농 빵집을 차린다. 

그들에게 닥친 최초의 위기는 2007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때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 이후 곡물시장에 투기세력이 진입하여 원재료 가격 상승하였는데 그렇다고 시골에서 고가의 빵을 파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런 문제로 아내와 자주 다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자본주의 경제는 조그만 시골빵집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이스트와 전연효모의 차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책이 무식한 나에게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이외에 나에게 준 지식선물이다.

이스트는 야생효모중에 제빵에 적합한 몇몇 효소를 골라내 인공적으로 배양한다.풍부한 배양액 속에서 효소를 증식시키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첨가물이 들어가니까 몸에 좋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고 한다. 반면 천연효모는 다양한 효모가 상호작용하므로 맛이 풍부하지만 관리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스트는 빵집경영을 자본주의 형태로 변형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제빵하는 사람의 기술, 숙련도 등이 무시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당시까지만 해도 빵을 만드는 기술이 도제제도에 의해서 전승되고 있었는데 이스트가 등장함으로 인해서 이러한 도제제도도 사라지게 되었다. 대신에 빵집을 운영하는 고용인과 표준화된 빵을 만드는 피고용인의 관계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스트라는 기술혁신이 실현되었지만 제빵업자(노동자)의 삶의 질은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고강도의 노동을 해야했고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처음 기술혁신을 이룩한 기업은 생산원가의 절감으로 초과이윤을 얻지만 자본가들의 경쟁적인 기술도입으로 제품의 가격이 낮아져서 원가 우위성이 사라진다. 또한 전반적인 제품의 가격이 낮아지므로 노동자들의 생필품 가격이 낮아진다. 생필품의 가격에 의해서 결정되는 노동자의 임금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맑스는 이를 상대적 잉여가치라고 불렀다).  국가가 농산물 수입에 적극적인 이유도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려는 노력이다. 과거에 우루과이 라운드에 의해서 미국쌀을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노동자들의 상대적 임금을 낮추기 위한 정책인 것이다.

저자는 현대의 자본주의 경제를 이스트처럼 부패하지 않는 경제라고 정의한다. 이시트는 부패하여 자연으로 돌아가야 할 균을 부패하지 않고 오래 버티도록 도와준다. 돈도 부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부폐하여 썩어없어질 것으로 보이는 기업은 부패하여 사라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화폐를 발행하여 기업을 살려서 부패할 수 없도록 만든다. 부패하지 않는 경제는 부자연스럽다. 자연의 섭리에도 맞지 않는다.

부패하는 경제에 대해서 저자는 1.발효,​ 2.순환, 3. 이윤남기지 않기, 4.빵과 사람 키우기 4가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발효]
천연균은 작물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아본다고 한다. 자연의 힘으로 억세게 살아가는 것들만 발효시킨다는 것이다. 살아가는 힘이 없는 것들은 부패시킨다. 어떤 의미에서 부패는 생명에게 불필요한 것들 혹은 불순한 것들을 정화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부패에 대한 이미지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후카이 숲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비료를 투여하면 수확량은 늘어도 생명력은 떨어진다.균은 그런 작물을 부패시켜 자연으로 돌려 놓는다. '보이지 않는 균'이 아담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처럼 모든 일을 알아서 한다. 우리는 균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금본위제'가 아닌 '균본위제'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부패하지 않는 현대자본주의 경제는 공황도 거품도 허용하지 않는다. 적자 국채를 발행하거나 제로금리정책과 같은 양적 완화를 통해 돈이라는 비료를 대량으로 살포하는 방법으로 경제를 한없이 살찌우려 한다. 이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약하게 만든다. 올해 GDP성장률,실업률 등 목전의 숫자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정치인들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갉아먹으면서 갈수록 비만해가는 경제살리기에 급급하다. 경제도 세균처럼 부패하게 만들어야 한다.

[순환]
저자의 꿈은 빵으로 지역순환하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는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가 쓴 '엔데의 유언'이라는 책에서 얻었다. 엔데는 부패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돈이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을 하였다. 돈은 목적과 용도에 따라서 두가지로 나뉜다. 우리가 생활에서 사용되는 교환을 위한 돈(화폐)과 자본증식수단으로의 돈(자본)이다. 엔데는 두 종류의 돈에 동일한 법정통화가 사용되기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돈을 나누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지역통화라는 개념이다. 한 지역에서 그 지역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유통되는 화폐를 만들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지역통화는 뉴욕의 이타카 마을의 통화 '이타카 아워(Ithaca hour)'이다.이티아 하워 같이 지역통화 같은 빵 만드는 것이 저자의 소망이다. 


[이윤남기지 않기]
기술자는 기술과 감성을 연마하여 노동력의 교환가치를 높게 유지하고, 그 높은 교환가치의 재료를 구입한다. 정성껏 만들어서 교환가치를 높게 유지해야, 즉 정당한 가격을 받아야 소상인이 소상인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저자의 시골빵집은가게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모든 이윤을 함께 나눈다는 생각으로 모든 가게의 현금흐름을 모든 직원에게 공개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게가 남긴 이윤을 함께 나눈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고 상처주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착취없는 경영이야말로 돈이 새끼를 치지 않는 부패한 경제를 만들수 있다.


자본론을 저술한 마르크스도 소상공인의 형태를 장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가 자신의 생산수단을 사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소경영의 기초이며 소경영은 사회적 생산수단과 노동자 자신의 자유로운 개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이다' (자본론)

'소상공은 노동자의 기술,숙련, 타고난 발상능력, 자유로운 개성이 연마되는 학교이다' (자본론)

하지만 현실은 자영업자의 수난시대이다. 대자본과 정부의 단단한 공조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물류/유통/홍보 등이 인터넷으로 가능한 지금이야 말로 소상인의 시대가 아닐까? 또한 정보화 시대는 소상인들의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시골빵집이 운영되는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으면  원하는 빵을 만들수 없고 원하는 경제를 만들수 없을 것이다.

[빵과 사람 키우기]
저자는 가끔은 사람의 기분이 균에 전달되는 느낌이 들때가 있다고 한다. 빵 만드는 사람의 기분이 좋으면 균도 뽀글뽀글 맑은 소리를 내면서 발효가 잘되고 기분이 안좋으면 발효의 속도도 늦고 퀄리티도 안좋다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빵과 사람의 물아일체이고 빵도 사람도 애정을 담아 키워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번개를 '벼의 마누라'라고 불렀다.일본어로 번개를 뜻하는 이나즈마(妻)는 한자로 벼도(稲)자와 아내(妻)자를 쓴다. 훗날의 과학자들은 번개가 치면 공기중의 질소가 물속에 녹아들어가고 그 물이 땅을 비옥하게 하고 벼가 여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옛날 사람들은 과학이 없었어도 자연을 조는 눈과 감성을 키워서 자연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았다. 과학의 힘에 밀려 멀어지고 사라진 인간 내면의 힘이 분명 우리안에 있다.

자리가 잡히고 균이 자라면 먹거리는 발효하듯이 소상인과 장인이 크면 경제도 발효할 것이다.  사람과 균과 작물의 생명이 넉넉하게 자라고 잠재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경제 그것이 시골빵집이 구워낸 자본론이다.

개인적으로 노자를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노자와 연결되는 부분을 자주 발견했다.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자는 저자의 주장은 자연의 흐름을 삶의 원리로 삼는 노자의 철학과 유사하고 소상공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장려하는 부분은 노자의 소국과민(小國寡民)을 떠올리게 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자본론과 시골빵집 연결하며 엄청난 통찰력을 보여주는 저자를 보면서 한 가지에 도통하면 세상이치에 통하게 된다는 옛 선현들의 말씀도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지만 강한 그리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소상공인이 많아져서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허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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